30대 남자, 바텐더로 일해보며 느낀 N가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품어보는 로망이 있다.
나만의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거나,
혹은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가
되는 상상같은 것 말이다.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 초대하고
뭔가..대접, 접객하고 싶은 그런 마음.
나 역시 그랬고,
어찌어지 하다보니
그 생각을 현실로 옮겼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나의 하루는 극단적인 두 세계를 오갔다.
낮에는 출근 후 모니터 앞에서
보고서를 쓰며 키보드를 두드렸고,
퇴근 후에는 앞치마를 두르고
온스 단위로 칵테일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피곤하게 왜 그렇게 사냐"고
물었지만,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재밌으니까.
처음에는,
내 상황에 맞는
파트타임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사실 회사 다니면서
다른 걸 한다는 게 쉽냐구.
(ㅠ)
달리 방도가 없어서,
바텐더분들께 메시지를
보내보기도 했다.
아쉽게도
성사되지는 않았었다.
(ㅠ)
1. 두드리면 열린다.
그러다
건너건너 아는 친구가
바 매니저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그 친구도
운영하는 바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다는 수요가 있었다.
그 덕분에,
일주일에 1~2번 정도
보조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참고로, 무급으로 했음.
그때 다시 한 번 느꼈다.
진짜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연결이 되더라..
처음에는 구석에서
설거지만 했다.
설거지 할 게 얼마나 많던지..
그래도 재밌었다.
로망이었으니까.
하고 있으니까..
퇴근 후에는 시간을 쪼개
틈날 때마다 칵테일
만드는 법을 배우러 갔다..
그러다
이제 손에 익기 시작해서
칵테일 원데이클래스,
바텐딩 체험 클래스까지
같이 운영해보게 되었다.
메뉴도 준비하고..ㅎㅎ
다양한 직업군과
서로 겹치지 않는 전공의 사람들,
또 내가 좋아하는사람들을 한데
모아서 자리도 많이 만들었다.
물론,
퇴근하고 밤늦게까지,
혹은 주말에 안 쉬고 일하는거
몸이 정말 힘들었다..
그런
그걸 다 상쇄할 정도로
매우매우 재밌었다.
입으로만
떠들지 않고
그걸 해본 건
너무 잘한일이었던거지..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할듯
2. 로망을 소각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하지만 재미 뒤에는,
느끼는 점들도 많았다.
전업으로 바텐더를 하고 있는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나도 그때 당시에
직간접적으로 일을 하며 느낀 것들이지만,
어두운 바 안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는 기약 없는 고독,
+
퉁퉁 부어오른 다리로
밤새 서 있어야 하는 육체적 고통..
바텐더가 앉아서 접객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
느껴지는 것처럼, 정말 계속 서있었다.
+
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그들이 원하는 주제로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매일 유쾌한 일이 될 수는 없었다.
참고로,
그 친구도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하며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음.
그 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
.
.
.
"막상해보니까
다른 점도 많자나?..."
그리고 다시
내 현재 상황을
돌이켜보게 됐다.
이를테면
사무직의 장점들.
매달 월급이 나온다는 사실이
얼마나 강력한 안정감이 되는지
앉아서 일하고 커피타임을 가지고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환경 등등
정말 감사해지더라.
이게 해보면 아는데..
후..
해보세요..
아니 한달만
아니 일주일만 해봐도 아는데..
3. 해야지 해야지...는 없다. 절대 없다.
재밌는 건 지금부터다.
내가 바텐더를 경험해본지
벌써 3년이 다 돼가는데,
주변에 한 친구는
그때 나 지금이나
여전히 내게 같은 말을 한다.
"나도 바에서 일해보고 싶은데..."
그 친구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똑같은 말을 한다.
난 되려 묻고싶다...
‘왜 아가리로만 할까.’
"나중에"라고
미루는 그 모든 것들은
결국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일 확률이 높다.
내 3년 전 과거를
아직도 누군가는
'로망'이라는 이름으로
방치하고 있는 걸 보면서 느꼈다.
.
.
.
.
.
나의 역사는
'생각'에서 '실천'으로 업데이트되는데,
누군가의 역사는
매번 똑같은 문장만 반복하고 있다.
나는 이제 바텐더에 대해
한 줌의 미련도 없다.
직접 겪어보고 깨끗하게
그 로망을 소각했기 때문이다.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이 '산뜻한 미련 없음'이야말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
퇴사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퇴사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때,
나는 3달 전 퇴사를 선택하고
다음 챕터로 넘어왔다.
퇴사든, 바텐더든..
그게 뭐가 됐든..
정말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
사람들 제외하고
내가 만나본 사람들
100명중 99명은
어차피 하지 않는다..
실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되고싶은 사람들은
그래서 하기만 하면 된다
이게 참..
이런 사유를, 매달 당신의 메일함으로.
BU→